기막힌 개같은 세상 (개팔자)
아래 글, 한 번 읽어 보세요.
현대의 우리들의 자화상 같아서
같이 한 번 읽어 보시자고 올립니다.
가슴이 답답하내요.
언재쯤 이같은 일들이 없어질 까요!
한적한 산골마을 마산댁 앞 마당에
한가히 졸고 있는 개를 바라보며
증산댁은 지난 여름을 떠올린다.
머지 않아 아들로부터 서울 집으로 올라오라는
연락이 올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다.
동네사람들은 남의 속도 모르고
내가 아들 집에 다녀 오면
큰 호강이라도 받다가 내려온 줄로 알고 있다.
어제도 윗집 마산댁이 놀러와
서울 아들집에 가서 어떻게 지내다 왔냐는 말에
아들집에 개 봐주러 갔었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어 동문서답을 하고 말았다.
평소에는 전화도 없던 아들 내외는
휴가를 간다거나, 해외여행을 떠날 때면
어김 없이 증산댁 전화는 조석도 잊고 울려댄다.
아들집에 도착하면 며느리는
시어미에게 개 돌보기교육을 시킨다.
해피는 매일 목욕을 시켜야 하고,
해피 식사는 노화방지에 면역력 향상을 위해
아침에는 유기농 오리고기에
저녁에는 럭셔리 닭고기를 먹이라고
메모를 시어머니에게 전해 주며
“어머니!
이 해피는 보통 개가 아니에요,
치와와라고 삼백오십만원 주고 데려 왔어요,
저보다 동호씨가 해피를 더 사랑해요,
우리 없는 동안 신경 좀 써주세요,
저녁에는 공원에 나가 산책을 꼭 시켜야 해요“
"허, 어쩌다 어미에게 용돈 십만원
보내 주는 것은 벌벌 떨면서
개새끼가 뭐라고, 쇠고기에 오리고기냐며
증산댁은 못 마땅해 한다.
아들 내외는 결혼 한지 팔 년이 지나도록
손주도 낳지 않고, 개새끼를 제 새끼 돌보 듯이
온갖 정성을 들인다.
아파트 현관 앞에 개를 태우고 다니는 유모차를 보면서
증산 댁은 다시는 아들 집에 오지 않겠다고
다짐을 한 것은 여러 해 전이다.
해질 녘에 공원 넓은 잔디밭은 개들의 운동장으로 변한다.
개들은 뛰어 놀고, 젊은 여인들은 벤치에 앉아
수다를 떨면서 자기집 개를 자랑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떤 젊은 부부는 즈네 개를 펫 호텔(Pet Hotel)에 맡기고
휴가를 떠날 예정이라며, 개가 눈치도 빠르고,
너무 너무 영특하다고 자랑을 늘어 놓는다.
공원 벤치에 앉아 수다를 떠는 여인네를 바라보던
노인이 긴 한숨을 내쉬며
푸념 섞인 목소리로 증산댁에게 말을 건다.
“저 여자들이 부모보다 개한테 더 잘하는 이유가 뭐여?
나는 무슨 팔자가 개만도 못헌 겨?”
“요즘, 개 값이 얼마나 비싼지 아셔유?”
"비싼들 부모보다 비싼 겨? “
”제 부모는 자장면에 여인숙에서 잠 재우고
개새끼는 유기농 오리고기나 쇠고기에
호텔에서 잠 재우는 세상이구먼 유“
“제 놈들 이만치 살게 해 놓은 게,
나이 든 어미 아비를 개만도 못하게 대하구.”
“시방은 부모는 개만도 못 하대유.
부모는 식구 중에 순번이 맨 꼴찌라고 하잔유”
농촌에서 보신용으로 기르던 개들이
서울에서는 상전 대접을 받는 세상이라며,
서산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는
노인의 눈가에는 애환이 서린다.
경산에서 올라왔다는 노인은
자식이 고생 접고 농토를 정리하여
서울로 와서 편히 지내라는 유혹에 논밭을 모두 팔아
아파트 마련 해주고 아들네 집으로 들어와 살아 보니,
일상은 개 돌붐이로 변했고,
조석으로 얻어 먹는 밥 맛은 소태를 씹는 맛이란다.
고향을 떠나온 것을 후회하는 경산댁은 증산댁
손을 잡고는 절대로 고향을 떠나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내일 봐 유,
저두 우리 집 개 목욕시킬 시간이구먼 유”
집에 도착하니 전화벨이 요동을 친다,
"엄마! 여기 하와이야! 엄마 엄마!
해피 산책하고 목욕시켰어?
밥도 잘 먹고, 잘 놀아?
오늘 아침에는 유기농 오리고기 먹였지?
엄마! 엄마! 내 말 잘들리지?
요즘 해피가 컨디션이 안 좋니까
해피 방에 에어컨은 26도로 맞춰서 꼭 켜줘,
해피는 큰 소리치면 경기해”
어미의 안부는 묻지도 않고
해피를 먼저 찾는 아들의 음성이 타인처럼 들려온다.
지난 여름 기억이 떠오른다.
해피가 몸살이라며 오밤중에 며느리는
잠든 아들을 깨워 허둥지둥 해피를 차에 태워
동물병원으로 달려갔다 와서는 하는 말이,
해피가 영양실조에 운동부족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어미가 속이 불편하다는 말을 했을 때,
엄마는 과식을 해서 그렇다고 핀잔을 주고는
날이 밝으면 동네 병원에 가 보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자동차를 타고 출근 하는 아들 내외를 바라보며 증산댁은 소리친다.
"뭘, 과식을 하니~?
먹은 건 찬 밥에 김치밖에 없다."
개팔자가 상팔자라며, 증산댁은 푸념을 늘어 놓는다.
“휴~ 내가 노년에 이 꼴 보려고
힘들게 흙파서 자식을 키운 겨?”
요즘 공원이나 산책 길을 걸어 가면서 보면 가슴을 친다
뭔 세상이 사람이 귀한 게 아니라
개가 상위 대우를 받는 것을 본다.
동네 젊은 여인들은 저 마다 개 한 마리씩 끌고 안고
엄마가 어쩌고 저쩌고 떠들며 희희 낙낙하며 간다.
그 뿐이라, 남여 노소
온통 개끌고 안고 다니는 진풍경이 가관이다.
언제부터 이 세상이 사람이 아닌
개가 귀한 대접을 받는 세상으로 변했단 말인가.
아이를 안고 손주들 손잡고 산책하는
아름다운 모습은 이젠 사라져간 것인가?
개탄스럽다.
왜ㆍ왜 인간이 존귀함을 깨우치자.
세상이 개판이다.
-옮긴글-
통영개타령 / 최혜민 최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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