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인생사 얘기

아버지란 자리

sungsub song 2019. 1. 14. 11:22


    아버지란 자리...



    누가 이 자릴 만들었을까?

    아버지란 자리!


    아버질 보면서 어른이 되면 아버지가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총각 딱지를 더는 붙이고 다닐 수 없어 그만 결혼이란 과정을 거치고 말았다.


    남들이 다들 그런 과정을 거치고 살아가는 것이니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당시만 해도 혼자 산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혼자 살면 어디가 부족해서 혼자 사느냐?

    왜 장가를 안 가느냐?

    주위의 눈치가 무서워서 혼자 산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혼자 사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결혼을 반납하겠다는 사람에게 물어봤다.

    왜 혼자 사느냐고?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혼자 사는 게 너무 편하고,

    사랑해서 아이 낳고 키우는 걸  상상만 해도 힘들고 어려울 것 같아

    혼자 살기로 마음 정했다고 한다.


    아이 낳고 키우는 어려움을 겪느니 한 번뿐인 인생 혼자 즐기며 행복하게 살겠다고 한다.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다음 세상은 관심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들에게 아버지란 자리는 없을 것이다.


    세상 살아가는 이치가 태어나 유년기 시절 거치고 나면 청년이 되고 청년이 되면

    이성이 그립고 그러노라면 사랑을 하게 되는 것 아닌가?

    나 역시 그런 과정을 거쳤고 자연스럽게 아버지란 자릴 꿰차고 말았다.


    아버지란 자리가 누가 되고 싶어서 되었겠는가?

    아버지란 자리에 앉아 보니 사실 앉을 시간이 없다.


    눈을 감고 잠자는 시간 외엔 시도 때도 없고 끝도 한도 없이, 무슨 일이 그렇게 연일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지 하루도 마음 놓고 편히 쉴 날이 없다.


    일어나면서부터 시작된 근심 걱정은 진종일 이어진다.

    일터로 나가면서 나도 모르게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어제의 피곤함은 온데간데 없고

    오직 바람이 있다면 가족 안위와 열심히 벌어 편히 살겠다는 일념뿐이다.


    내 한 몸 헌신해 가족이 편하다면 온몸 불살라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은 지금도 여전하다.

    어디서 이런 초인적이고 헌신적인 불같은 사랑이 솟는 것일까?


    신기한 건 아내의 사랑과 아들 딸의 사랑이 다르다는 것이다.

    아내와의 사랑은 이기적인 사랑에 가깝고, 새끼 사랑은 헌신적으로 목숨도

    내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랑이다.


    이러니 아버지란 자리가 예사로운 자리가 아니다. 아버지 노릇이 힘들어 당장

    그만두고 싶어도 죽는 날까진 최선을 다하는 수밖엔 어쩔 도리가 없다.


    어제는 일하다 말곤 할멈에게 이렇게 말했다.

    “할멈 우리도 이젠 쉴 때가 된 것 아니오?”


    “영감 아직 당신은 멀었소.”

    “새끼 뒷바라지도 다 하지 않은 마당에 어딜 쉰단 말이오.”


    “영감은 새끼 사랑이 유별나니 아버지 노릇 다하기 전에 쉴 생각 마세요.”

    할멈의 농담에 웃음이 나기도 하도 기가 막히기도 했다.


    “아버지 노릇.”

    새끼들 보고 농담을 했다.


    “이놈들아 이젠 아버지도 아버지 노릇 사표를 내고 싶다.”


    “새끼들은 그러세요, 아버지. 이젠 저희와 자리바꿈하세요.

    저의가 앞설 테니 뒤에서 지켜봐 주세요.”

     

    그런데 미덥지가 않다. 저것들이 제대로 세상을 살아낼까 싶기도 하고,

    어딘지 모르게 물가에 아이 세워 놓은 것 같기만 하다.


    남들은 우리 아이는 무슨 대학을 나와 유럽 유학을 거쳐 박사가 되고

    지금 미국에서 잘 산다고 행복해 하는 걸 보면 부럽기도 했다.

    그들은 아버지 노릇 잘해 아들딸 출세시키고 행복해 보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들보다 아버질 이해해 주고 아버질 위로하며 멀리 떨어져 살지 않고 보고 싶다면

    언제든지 달려와 살결 비비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알뜰살뜰 사는 게 오히려 행복하다.


    아버지가 원하는 바를 알고 아버지인 나와 많은 대화를 하며 아버질 치켜세우며

    존중할 줄 아는 아들이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


    큰 출세를 하는 것 보다, 많은 돈을 벌어 오는 것 보다,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사는 새끼들이 더 소중하고 사랑스러우며 행복하다.


    아버지 노릇이 다른 아버지에 비해 부족해서 미안하다고 하면 절대 그런 말씀 마시라고

    이만하면 만족하고 감사하다는 아들딸의 말에 민망하면서도 고맙다는 생각에 눈물이 난다.


    아버지 생각이 난다.

    아버지 자릴 다 하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

    아버지께서도 지금 나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아버지가 되고 부터 아버지가 더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웠던 때가 있었다.

    더 소중히 모시고 싶었으나 그땐 이미 아버진 하늘나라로 가시고 난 후였다.


    아버지란 자리!

    지금도 아버지인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십니까?
    -옮긴글-


     한결같은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