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소환]
/ 이 채
인생 칠십이면 가히 무심이로다
흐르는 물은 내 세월 같고
부는 바람은 내 마음 같고
저무는 해는 내 모습 같으니
어찌 늙어보지 않고 늙음을 말하는가
육신이 칠십이면 무엇인들 성하리오
둥근 돌이 우연일 리 없고
오랜 나무가 공연할 리 없고
지는 낙엽이 온전할 리 없으니
어찌 늙어보지 않고 삶을 논하는가
인생 칠십이면 가히 천심이로다
세상사 모질고 인생사 거칠어도
내 품안에 떠 가는 구름들아
누구를 탓하고 무엇을 탐 하리오
한 세상! 왔다 가는 나그네여
가져 갈 수 없는 짐에 미련을 두지 마오
빈 몸으로 와서
빈 몸으로 떠나가는 인생
무겁기도 하건만
그대는 무엇이 아까워
힘겹게 이고 지고 안고 사시나요
빈손으로 왔으면 빈손으로
가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거늘
무슨 염치로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져 가려 합니까
간밤에 꾼 호화로운 꿈도
지나고 나면 무상할 뿐이지요
어제의 꽃피던 봄날도
오늘의 그림자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데
그대는 지금 무엇을 붙들려고
그렇게 발버둥치고 있나요
발가 벗은 몸으로 세상에 나와서
한 세상 사는 동안 이것저것
걸쳐 입고 세상 구경 잘 했으면
만족하게 살았지요
무슨 염치로 세상 모든 것을 가져
가려 합니까
황천 길은 멀고도 험하다 하는데
무슨 힘이 있다고 애착을 벗어나지 못하는가
어차피 떠나 가야 하는 길이 보이면
그 무거운 짐일랑 다 벗어 던져버리고
처음 왔던 그 모습으로 편히 떠나 보내시구려
이승 것은 이승의 것이니
아예 마음에 두지 마오
떠날 땐 맨몸 걸쳐주는 무명천 하나만 걸쳐도
그대는 그래도 손해 본 것 없지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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