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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속 일 해결사

sungsub song 2022. 7. 6. 14:24

저녁상을 물리고 난 초저녁, 음지골 부녀자들이 하나둘 회나무 아래로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서른명이 넘었다. 오십여가구밖에 안되는 산촌마을의 여인들이 거의 다 모인 셈이다. 오가 마누라가 팔을 걷어붙이고 축대로 올라섰다.

 “여러 형님, 아우들. 깨끗하고 조용하던 웅덩이에 미꾸라지 한마리가 들어와 흙탕물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오늘은 기필코 요절을 내야 합니다.”

 음지골 부녀자들을 분노케 한 건 동구 밖 주막집 주모다. 작년에 어디서 흘러왔는지 삼십대 후반의 웬 여자가 동구 밖에 주막을 내더니 음지골에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이 집 저 집 부부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던 것이다.

 “주막에 불을 질러 버립시다.”

 “술독을 깨 버리고 살림살이를 박살 냅시다.”

 “그년의 구멍을 인두로 지져 버립시다.”

 가을 하늘, 보름달빛 아래 부녀부대가 씩씩거리며 동구 밖으로 진격해 가서 주막 안으로 들이닥쳤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알아차린 동네 남정네들이 일찌감치 주모에게 몸을 피하라고 일러 줬건만 당찬 주모는 불을 밝히고 팔장을 낀 채 주막 마루에 꼿꼿이 앉아 있었다.

 덩치 큰 박가 마누라가 삿대질을 하며 대갈일성.

 “네 이년, 네 죄를 네가 알렸다!”

 “깔깔깔!”

 뜻밖에도 밤하늘이 찢어져라 칼웃음을 웃는 주모 앞에서 음지골 온 동네 여자들이 말 한마디 못하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주모의 앙칼진 말이 쏟아졌다.

 “내가 너희들보다 젊기를 하냐, 얼굴이 너희들보다 예쁘냐, 몸매가 너희보다 잘빠졌냐. 그런데도 너희 신랑들은 왜 나하고 하룻밤 못 자서 안달을 하는지 알아? 문제는 너희들한테 있어!”

 오히려 주모가 호통을 쳐도 찬물을 끼얹은 듯 대꾸 한마디 없다.

 “아이들 잠들기를 기다려 남편이 더듬더듬 여편네 곁으로 가면 여편네도 벌써 잠이 들어 입을 헤 벌리고 코까지 골고 있지. 물론 새벽같이 일어나 밥 챙기랴, 아이 챙기랴, 농사일까지 하느라 저녁상만 물리면 눈꺼풀에 납덩어리가 달리겠지만, 남편이 고쟁이를 벗기고 올라와도 다리만 벌린 채 비몽사몽간에 나무토막처럼 꿈적도 하지 않으니 정나미 안 떨어질 남정네가 이 세상에 어디 있겠어!”

 주모는 마루에 서서 두 손을 허리에 짚은 채 내려다보며 일장 훈계를 하고, 기세등등하게 쳐들어왔던 부녀부대는 댓돌 아래서 주모를 올려다보며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찍소리 못하고 부녀부대는 돌아갔다.

 이튿날 점심 나절, 박가 마누라가 주막에 찾아와 “형님 계시오? 이것 좀 들어 보시오” 하며 밤 한자루를 들고 와 주모한테 방중술 강의를 듣고 돌아갔다. “아우님 계시는가?” 마흔이 넘은 이초시 부인이 인절미를 싸 가지고 왔다가 개인 교습을 받고 돌아갔다. 음지골 부인들이 줄을 이었다. 주모는 어느덧 이불 속 일 해결사가 되었다.

 부녀들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이참봉이 대낮에 찾아와 하소연을 한다.

 “여보게 주모. 내 조루증 좀 고쳐 주게.”

 대문을 잠가 버린 후 실습으로 시간 끄는 법을 가르쳐 주고 주모는 엽전 한꾸러미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