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세상만사 窓

교감 (交感)

sungsub song 2019. 2. 3. 10:29


교감 (交感) / 유평 
 
 
이런 낭패라니, 성묘길
설마했던 얼음이 깨져 발을 적셨다
젖은 신을 꺼내 터는 순간
뜨거운 것이 목젖을 밀어 올렸다 
 
그랬지
온종일 얼음판 위를 뒹굴다 
어둠에 쫒기어 집에 오던 발걸음이 
힘에 부친 등짐 같던 저녁
밥상앞에 꿇어 앉고 들을
어머니의 꾸지람이 
허기로 가득 찬 뱃속보다 
먼저 들어 박혀
얼음 든 내 발등만 같아서 
 
추녀밑에 쭈구려 앉아
누런 불빛 새어 나오는
울안 바라보며
더럭 두려움에 훌쩍이던 때
가만히 내민 아버지의 손을 잡고
따라 들어갔던 그 날,


저녁상을 물린 후 누워
두 다리 사이에
내 언발을 품고 녹여 주셨던 
온기 이제 아득하여 


쉰다섯의 겨울밤

가슴, 발이 이리도 시리워 





   창부타령


  옮긴글 : 三水甲山 宋成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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