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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빈 배"와 화(분노)에 대하여

sungsub song 2019. 11. 6. 10:48

장자의 "빈 배"와 화(분노)에 대하여


어떤 철학자는 우리 시대를 잘 묘사하였다.

"헝그리(배고픔)의 시대에서 앵그리(화냄)의 시대가 되었다."


배고픔이나 그저 먹고 사는 문제는 상당부분 해결이 되었다.

하지만 정신적인 굶주림이나 영혼의 문제는 몇 배로 늘어났다.


1990년 대보다 2000년 대에 우울증에 걸린 사람의 수가 7~8배 증가하였다고 한다.

또한 증오범죄나 화냄으로 인한 범죄가 몇 배로 증가하였다.

화(분노, anger)에 대해서라면,

화를 잘 내는 사람과 화를 잘 참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

장자의 "빈 배"라는 글이 화난 마음을 가라 앉혀줄 좋은 글이다.

다만 이 글을 제대로 교훈을 삼고, 마음 속에 확실히 자리 잡아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이 글은 워낙 유명해서 읽어 본 사람이 많겠지만,

이 글을 다시 읽음으로서 마음에 더욱 새기려고 한다.

화의 문제는 감정에서 비롯되지만 화를 절제하거나 참는 것은 의지적인 문제요.

이성의 힘을 발휘하는 데서 비롯된다.



<장자의 빈 배>

장자는 강에서 홀로 나룻배를 타고 명상에 잠기곤 하였다.

그 날도 장자는 여느 때처럼 눈을 감고 배 위에 앉아 명상에 잠겨 있었다.

그 때 갑자기 어떤 배가 그의 배에 부딪쳐 왔다.


화가 치민 장자는 눈을 감고 생각을 했다.

"무례한 인간이군. 내가 눈을 감고 명상 중인데 어찌하여 내 배에 일부러 부딪친단 말인가?"

장자는 화난 표정으로 눈을 부릅뜨며 부딪쳐 온 배를 향해 소리를 치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 배는 비어 있었다. 아무도 타지 않은 빈배였다.


그저 강물을 따라 떠내려 온 빈 배였던 것이다.

순간 장자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후에 장자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 모든 일은 그 배 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만일 그 배가 비어 있다면 누구도 소리치지 않을 것이고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세상의 강을 건너는 내 배를 빈 배로 만들 수 있다면 아무도 나와 서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내게 상처 입히려 들지 않을 것이다.

내 배가 비어 있는 데도 사람들이 화를 낸다면 그들이 어리석은 것이다."


"내 배가 비어 있다면, 나는 다른 사람들이 화내는 것을 즐길 수 있다.

텅 빈 공간이 되어라. 사람들이 지나가게 하라"


바바라 베르크한의 "화나면 흥분하는 사람, 화 날수록 침착한 사람"의 책을 보면,

다른 사람들의 불쾌한 언행에 대해서 장자의 빈 배 처럼 침착하게 대응함으로써

자신의 행복과 평안을 깨뜨리지 않게 하는 노하우를 담고 있다.

화가 나는 상황에 대해서 같이 화로 대응하려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이다.

나 자신도 상당부분 그런 면이 많다. 하지만 장자의 말처럼 자신을

빈 배처럼 만들려면 오랫동안의 수련이 요구된다.


곧 자신을 <빈 배>로 만드는 훈련과 연습을 거쳐야 한다.

"텅 빈 마음으로 만든다는 것"은 불교나 도교에서는 아주 중요한 덕행이다.

화가 났을 때에도 화로 대응하지 않고, 침착해 진다는 것은 반드시

"텅 빈 마음" <빈 배>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물론 적당히 화를 내는 것은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하지만 과도한 화를 내는 것은 상대방과 자신을 둘다 상처를 입히고

심지어 파괴하는 악행으로 변하게 된다.

그러고 보면 "참으로 사람되기 어렵다"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사람이 되어야 한다.

생각하는 사람이라야 제대로 된 사람이다.(함석헌 선생의 말씀)

 -인문학 산책 중에서-